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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한옥 - 도심 속에서 다른 삶을 짓다

디자인하우스

행복이 가득한 집 편집부 (지은이)

2023-10-30

대출가능 (보유:1, 대출:0)

책소개
저자소개
목차
인테리어 디자이너 양태오의 화려하면서도 실용적인 계동 한옥,
공간 아트 디렉터 정규태가 반려견과 함께 사는 북촌 한옥,
미술 평론가 유경희의 영혼을 성장시키는 서촌 한옥,
갤러리스트 홍송원·박담회 부부의 아트 하우스로 변모한 가회동 한옥…

“아파트를 벗어나 만난
세상에 하나뿐인 나의 집, 나의 삶”

사는 이가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에 맞추어
고쳐 짓고, 새로 지은 스물네 채의 한옥 구경


한류 열풍에서 비롯된 한옥에 대한 관심은 이제 한옥 카페, 한옥 호텔, 한옥 미술관 등과 같이 한옥으로 된 다양한 시설이 생길 정도로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는 한옥이 단순히 옛것에 대한 관심과 궁궐, 고택, 절과 같은 관람 대상으로서의 공간에서 벗어나 생활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생활공간의 가장 대표적인 장소로 물론 집을 빼놓을 수는 없다. 일반적으로 한옥 하면 떠오르는 아름다운 외관과 편안함, 휴식 등의 이미지만 보고 한옥을 주택으로 삼기는 어렵다. 로망을 좇기도 전에 건축 비용과 각종 규제, 작은 평수, 단열, 불편한 생활 등의 현실에 먼저 부딪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점점 더 많은 사람이 한옥을 선택하고, 한옥살이의 즐거움을 예찬하게끔 하는 한옥의 매력은 무엇일까?
《더 한옥》에서는 한옥을 보금자리로 선택한 사람들의 한옥살이 계기, 개·보수 및 신축 과정, 한옥 생활의 장단점 등의 이야기들을 담았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양태오가 본인의 특기를 십분 살려 화려하면서도 실용적으로 꾸민 계동 한옥, 전국적으로 유명한 군산의 이성당 빵집 대표가 인생 2막을 꿈꾸며 마련한 세컨드 하우스, 카페나 식당 등 작업한 공간을 핫플레이스로 만드는 공간 아트 디렉터 정규태가 나이 많은 반려견을 고려해 수리한 북촌 한옥, 미술 평론가 유경희가 집이란 영혼을 고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구현한 집, 갤러리스트 홍송원·박담회 부부가 장 프루베의 조립식 건물과 한옥을 조화롭게 연결해 놓은 가회동 집, 3대가 함께 살기 위해 한옥을 새로 지은 화성 주택 등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을 듣다 보면 한옥의 매력이 한층 더 잘 보이고 한옥살이가 가깝게 느껴진다.
또한 개인 주택이 아닌 상업 공간인 한옥도 소개함으로써 독자가 한옥에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했다. 서촌의 정종미 갤러리, 차를 마시거나 쿠킹 클래스 수업을 들을 수 있는 락고재 컬쳐 라운지, 제주 카멜리아 힐에서 운영하는 향산 기념관뿐 아니라 한옥 생활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여러 호텔과 스테이도 함께 실었다.
낭만적으로 바라만 보는 공간이 아닌 생활하는 공간인 한옥은 현대인의 삶에 적합해야 한다. 한옥을 선택한 사람들이 오랫동안 현대인의 삶에 맞게 변화해 온 아파트를 떠나 한옥의 단점들에 적응하기도 하고, 개선해 나가거나 없애기도 하면서 각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한옥을 꾸며 나가는 이유는 경제적 가치와 실용성보다도 더 큰 의미를 얻었기 때문이다. 한옥은 ‘집’의 의미를 충실히 담아내는 그릇이다. 하늘을 보고 땅을 밟고자 하는 욕구를 충족시키고, 큰 창과 문을 통해 안과 밖을 연결하면서 사고를 유연하게 하는 반면 내밀한 방은 고요한 적막을 선사한다. 자연과 집이 소통하는 공간에서는 그 속에 사는 사람의 삶도 하나의 생명처럼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공간을 바꾸면 자신도 저절로 바뀌므로 인생을 바꾸려면 공간을 바꾸라는 어느 프랑스 철학자의 말처럼 한옥에서의 삶은 나만의 세계가 새롭게 만들어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집, 삶의 시작이며 모든 것
한옥이라는 단어에서 ‘한(韓)’은 ‘하나’라는 의미도 있지만 ‘한가득’, ‘한 아름’과 같이 ‘전체’라는 의미도 있다. 또한 ‘한가운데’, ‘한낮’처럼 ‘정점’을 뜻하기도 한다. 하늘도 하나고 땅도 하나이며, 우주도 하나다. 하나에서 모든 것이 시작하고 모든 것이 하나인 사상은 고대부터 줄곧 동북아시아와 중앙아시아에 넓게 공유되었다. ‘옥(屋)’은 하늘에서 집 안으로 화살이 날아 와 박힌 모습을 표현한 글자다. 화살은 하늘의 기운을 땅에 전달하는 매개체로 조상이나 신을 집에 모시는 것을 상징적으로 묘사한 것이다. 두 한자의 의미를 결합하면 한옥은 ‘시작이면서 모든 것이기도 한 생명 정신을 담은 집’으로 이해할 수 있다. 너무 거창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미지의 ‘우주’도 집이라는 뜻을 품은 단어다. 사람들에게 집은 우주이며, 시작이면서 모든 것이다.
집은 ‘생활을 담는 그릇’으로 종종 묘사되지만 ‘나의 생활을 닮은 그릇’이기도 하다. 같은 음식도 그릇의 형태나 재료에 따라 음식을 담는 양과 온도가 변화하고 색감이 달라지면서 음식의 맛 역시 달라진다. 아파트라는 그릇에 담긴 생활 과 한옥에 담긴 생활은 비슷한 일상이라고 하더라도 전혀 다른 맛이 난다. 수많은 요구를 수용해서 변화해 온 아파트와 비교해서 한옥이라는 그릇은 무엇이 다른 것일까?

몸과 마음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한옥의 비밀
우선 50년 된 아파트를 상상하면 낡았다는 생각이 들지만 80년 된 한옥은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을 더할수록 가치를 더하는 것이 클래식, 즉 전통의 힘이다. 세월을 함께할 수 있는 재료는 삶의 흔적을 켜켜이 담을 수 있다. 마감재의 디테일 역시 간결한 선을 우선하기보다 각 재료가 가지고 있는 특성을 오랫동안 지탱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접근한다면 좀 더 깊은 맛이 나는 집을 만들 수 있다. 한옥에 쓰이는 나무, 흙, 한지, 기와 등의 재료와 공예적인 집짓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깊은 맛을 낸다. 이것을 ‘시간의 촉감’이라고 말하고 싶다. 시간의 촉감은 한옥이라는, 일상을 담는 그릇을 특별하게 만든다.
두 번째로 도시에 살면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건물 내부에서 보내게 되는 데 외부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의 결핍은 몸과 마음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짧은 점심시간에 밖으로 나오면 숨이 편안히 쉬어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집 마당과 같은 사적인 외부 공간은 공원과 같은 공적인 외부 공간과는 쓰임이 다를 뿐만 아니라 심적인 면에서도 다르다. 집 마당에서는 닫힌 공간에서의 답답함을 해소할 수 있고, 복잡한 머릿속을 비울 수도 있다. 동시에 조그만 정원을 가꾸거나 바깥 공기를 느끼며 취미 활동을 할 수도 있어 집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을 다양하게 만들어 준다. 한옥에서 매우 중요한 공간 구조의 특징은 내부 공간과 외부 공간이 톱니바퀴처럼 서로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안마당, 뒷마당, 사랑 마당, 행랑 마당 등 다양한 마당은 내외부가 교차된 풍경을 만든다. 계절과 날씨를 느끼고 아침과 밤을 느낄 수 있는 집은 내 몸과 마음이 하늘과 땅에 연결되어 있음을 저절로 느끼게 해 준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 사실이 특별하게 여겨지는 것에서 한옥이 가진 보편적 가치가 있다.
한옥의 규모를 이야기할 때 몇 칸 집이라는 표현을 쓴다. 칸(間)은 기둥과 기둥 사이의 공간을 기본 단위로 표현한 것으로, 초가삼간은 볏짚을 엮은 지붕에 방 한 칸, 마루 한 칸, 주방 한 칸으로 구성된 최소한의 집을 말한다. 칸은 용도에 따라 자유롭게 벽이나 창을 설치하여 내부 공간으로 만들 수도 있고, 대청마루와 같이 벽을 없애 내부와 외부가 교차된 공간으로도 만들 수 있으며, 바닥의 높이를 낮추어 아케이드와 같은 통로로 사용할 수도 있다. 동궐도형(北闕圖形)이라는 창덕궁을 그린 도면을 보면 칸에는 방, 청, 누, 고, 측, 문, 랑 등 다양한 용도를 적은 한자가 적혀 있다. 칸은 구조적으로 동일하지만 벽과 바닥의 변화에 따라 공간의 용도와 기능, 내부와 외부를 쉽게 바꿀 수 있는 것이다. 칸의 가변성은 근대 공간 개념인 공간의 유연성과 공통적 속성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오늘날까지 한옥의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는 중요한 바탕이 된다. 칸의 가변성은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다양한 해석을 통해 앞으로 더욱 한옥의 가치를 높일 것이다.

한옥은 많은 답을 알고 있다
요즘 기후 위기를 실감하고 있다. 집은 기후 위기에 우리가 대응할 수 있는 진정한 시작점이다. 집을 짓거나 고치면서 처음 하는 고민이 ‘어떻게 집이 숨을 쉬 게 만들지?’라면 어떨까? 너무나도 당연한 이런 생각이 불행히도 현재는 당연한 것이 아니다. 생명 건축은 생명이라는 것을 전제로 주변 장소의 목소리를 듣는 건축이다. 태양은 어느 방향에서 뜨는지, 가장 멀리 보이는 풍경은 무엇인지, 바람의 방향은 어떤지, 집 깊숙이 빛이 들어올 수 있는 적절한 창은 어떤지 등을 헤아리며 만든 집은 외부와 단절되지 않는다. 이런 질문에 한옥은 이미 많은 답을 알고 있다. 살아 있는 것은 변화한다. 이 책에 소개된, 오래됨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한옥에 대한 시도들은 우리의 일상을 비출 수 있는 거울이 될 것이고, 과거와 미래를 연결해서 현재를 튼튼히 지지하는 미의식의 바탕이 될 것이다. (<들어가며>에서, 김대균 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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